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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에 떠나는 남도, 죽향과 선비의 땅 담양
adagietto
2005. 8. 26. 02:26
2005-08-25 한국일보
북마크 해두기에는 링크의 존속이 의심스럽고, 그냥 기억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블로그로 복사해 온다.
시원한 바람과 초록의 그늘을 품에 안은 전남 담양. 너른 평야의 풍족함과 수려한 산세는 선비들의 풍류를 불러 일으켰고, 그 여유로움은 지금껏 담양의 하늘을 맴돌고 있다.
담양은 누가 뭐래도 대나무의 고장. 담양읍의 담양천을 끼고 선 언덕 위에 군에서 조성한 거대한 대나무숲 ‘죽녹원(竹綠園)’이 있다. 5만여평을 가득 메운 대숲의 위용이 만만치 않다. 숲속으로 난 흙길 산책로를 걸으며 죽향에 빠져들었다.
묵은 때를 씻고 초록의 생기를 담뿍 받는 대나무 삼림욕. 대숲의 푸름은 깊고 또한 맑다. 마치 초록의 정령이 떠도는 듯 습한 숲의 기운이 겨드랑이를 살살 간질이는 것 같다.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예쁜 이름표를 달고 서로 이어졌다. 구불구불하면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조화돼 부담을 주지 않는 산책로다. 끝자락 가장 깊은 숲길인 선비의 길을 지나면 대숲이 끝나며 아담한 향교와 향교만큼 조용한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죽녹원을 나와 담양천의 다리를 건너면 맞아 주는 천변 둑방이 바로 관방제림(官防堤林)이다. 조선 중기 인조 때 하천의 홍수를 막으려 둑에 조성한 풍치림이 지금껏 보존돼 울창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곳이다. 300년 이상된 팽나무, 느티나무, 음나무 등 노거수가 2km가량 둑을 따라 도열해 있다.
이 숲은 주민들의 쉼터다. 여자석이라 써 붙인 평상 위에선 동네 아낙들이 고구마 순 한 소쿠리 가운데 두고 껍질을 까며 정담을 나누고, 경로석이라 써 붙인 평상에선 할아버지들이 화투 삼매경이다.
조용하고 편안하며 아늑한 쉼의 길이고, 쉼의 숲이다.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터에, 지난해에는 제 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검증’ 받은 숲이기도 하다.
담양은 또 은일의 선비들이 소요하던 정자와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 중 담백하고 편안한 조선시대 전통 정원 명옥헌원림(鳴玉軒苑林)은 8월이면 특히 눈부시다. 약간 구릉진 곳에 명옥헌 정자가 있고 그 아래 둥근 섬을 안은 방자형 연못이 있다. 연못과 정자를 에두른 배롱나무 수 십 그루는 지금 선연한 붉은 꽃으로 만발하다. 배롱꽃 사태다.
마음은 속절없이 현혹당한다. 명옥헌을 찾은 이들의 입가엔 절로 미소가 번진다. 꽃에 물들었나, 황홀한 풍경에 달아올랐나. 꽃이 곧 나 자신이고, 내가 꽃이다. 모두의 얼굴도 발그레 홍조 띠었다.
명옥헌원림 입구인 후산마을 앞 연못도 썩 운치있는 곳이다. 아름드리 왕버드나무들이 개구리밥 가득한 녹색 연못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를 잃은 양산보가 자연에 숨어 살겠다며 꾸민 곳이다. 대숲 우거진 입구를 지나면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먼저 반겨온다.
계곡 안쪽에 붉은 배롱나무 배경으로 광풍각이 있고 그 뒤로 제월당이 내려보고 섰다. 숲과 계곡, 그리고 정자.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가 딱 맞는 표현이다.
그림자도 쉬고 간다는 식영정(息影亭)이 소쇄원과 가까이 있고 면앙정, 독수정, 송강정 등 풍치 좋은 정자들이 담양의 곳곳에서 객의 발길을 자꾸만 늦춘다.
담양=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북마크 해두기에는 링크의 존속이 의심스럽고, 그냥 기억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블로그로 복사해 온다.
초록의 그늘 드리워진 곳에 부는 청풍은 시인 묵객의 시흥을 일깨운다. 너무도 자연스러워 그 자체가 자연이 되어 버린 담양의 소쇄원. 담벼락 밑으로 물이 흐르고 그 물은 단아한 정자를 지나 푸른 대숲으로 흘러 들어간다.
시원한 바람과 초록의 그늘을 품에 안은 전남 담양. 너른 평야의 풍족함과 수려한 산세는 선비들의 풍류를 불러 일으켰고, 그 여유로움은 지금껏 담양의 하늘을 맴돌고 있다.
담양은 누가 뭐래도 대나무의 고장. 담양읍의 담양천을 끼고 선 언덕 위에 군에서 조성한 거대한 대나무숲 ‘죽녹원(竹綠園)’이 있다. 5만여평을 가득 메운 대숲의 위용이 만만치 않다. 숲속으로 난 흙길 산책로를 걸으며 죽향에 빠져들었다.
묵은 때를 씻고 초록의 생기를 담뿍 받는 대나무 삼림욕. 대숲의 푸름은 깊고 또한 맑다. 마치 초록의 정령이 떠도는 듯 습한 숲의 기운이 겨드랑이를 살살 간질이는 것 같다.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예쁜 이름표를 달고 서로 이어졌다. 구불구불하면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조화돼 부담을 주지 않는 산책로다. 끝자락 가장 깊은 숲길인 선비의 길을 지나면 대숲이 끝나며 아담한 향교와 향교만큼 조용한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죽녹원을 나와 담양천의 다리를 건너면 맞아 주는 천변 둑방이 바로 관방제림(官防堤林)이다. 조선 중기 인조 때 하천의 홍수를 막으려 둑에 조성한 풍치림이 지금껏 보존돼 울창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곳이다. 300년 이상된 팽나무, 느티나무, 음나무 등 노거수가 2km가량 둑을 따라 도열해 있다.
이 숲은 주민들의 쉼터다. 여자석이라 써 붙인 평상 위에선 동네 아낙들이 고구마 순 한 소쿠리 가운데 두고 껍질을 까며 정담을 나누고, 경로석이라 써 붙인 평상에선 할아버지들이 화투 삼매경이다.
조용하고 편안하며 아늑한 쉼의 길이고, 쉼의 숲이다.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터에, 지난해에는 제 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검증’ 받은 숲이기도 하다.
담양은 또 은일의 선비들이 소요하던 정자와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 중 담백하고 편안한 조선시대 전통 정원 명옥헌원림(鳴玉軒苑林)은 8월이면 특히 눈부시다. 약간 구릉진 곳에 명옥헌 정자가 있고 그 아래 둥근 섬을 안은 방자형 연못이 있다. 연못과 정자를 에두른 배롱나무 수 십 그루는 지금 선연한 붉은 꽃으로 만발하다. 배롱꽃 사태다.
명옥헌원림 입구인 후산마을 앞 연못. 개구리밥 가득 덮은 녹색의 연못을 신령스런 왕버드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마음은 속절없이 현혹당한다. 명옥헌을 찾은 이들의 입가엔 절로 미소가 번진다. 꽃에 물들었나, 황홀한 풍경에 달아올랐나. 꽃이 곧 나 자신이고, 내가 꽃이다. 모두의 얼굴도 발그레 홍조 띠었다.
명옥헌원림 입구인 후산마을 앞 연못도 썩 운치있는 곳이다. 아름드리 왕버드나무들이 개구리밥 가득한 녹색 연못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를 잃은 양산보가 자연에 숨어 살겠다며 꾸민 곳이다. 대숲 우거진 입구를 지나면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먼저 반겨온다.
계곡 안쪽에 붉은 배롱나무 배경으로 광풍각이 있고 그 뒤로 제월당이 내려보고 섰다. 숲과 계곡, 그리고 정자.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가 딱 맞는 표현이다.
그림자도 쉬고 간다는 식영정(息影亭)이 소쇄원과 가까이 있고 면앙정, 독수정, 송강정 등 풍치 좋은 정자들이 담양의 곳곳에서 객의 발길을 자꾸만 늦춘다.
담양=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