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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세알

adagietto 2006. 2. 7. 02:37
이윤기씨의 책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떤 농부가 콩을 한 구덩이에 세 알씩 넣길래 길을 가던 사람이 물어보기를
"왜 구멍 하나에 세 알씩이나 넣소?"
농부가 대답하기를
"하나는 쥐의 몫이고, 또 하나는 날아가는 짐승의 몫이고, 마지막 하나가 싹을 틔울 콩이라오"
대충 기억나는대로 원작+창작 으로 썼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오늘 친척이자 친구놈이 자신의 힘든 상황에 위안을 바라며 소주 한잔 마시러 들어간 대폿집에서 사장님이 해준 또 하나의 콩 이야기...
어떤 농부가 자신의 땅에 열개의 고랑을 파고 콩을 심었다.
열 고랑에서 고루 콩이 나기를 바랬고 정성스레 심었는데 어느날, 날짐승이 몇마리 날아다녔고, 콩은 열개의 고랑에서 제대로 나질 않았다.
농부는 날짐승을 잡지 못한것을 후회하며 "그놈의 날짐승 때문에 콩이 제대로 나질 않았네. 그놈들을 잡았어야 했어" 라며 후회를 했다.
농부는 콩이 제대로 나지 못한것을 "그놈의 날짐승 때문에!" 라며 책임을 전가했고, 그 덕분에 핑계거리로 확실한 건수를 잡았다.
그러나 콩이 제대로 나지 않은 것은, 들짐승이 먹었을 수도 있고 돌에 깔려 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땅이 비옥하지 못하여 나지 못하였을 수도,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이유로 콩이 제대로 나지 않았을 것인데 농부의 마음은 확실한 핑계를 위하여 날짐승을 팔아먹었던 것이다.

무언가 잘 안되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그 이유를 엉뚱한 다른곳에서 찾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말자는 짧은 이야기였다.
소설과 시를 쓰신다는, 신학을 공부하셨다는,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사장님이 나이 오십줄에 젊디 젊은 우리 둘에게 자신을 낮추며 편하게 대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이 콩 얘기는 이윤기씨의 책 만큼이나 가슴에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