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die musik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의 4악장..

adagietto 2005. 1. 7. 06:17
2001년쯤인가..
'음악의 이해' 라는 과목을 들은적이 있다.
덕분에 클래식 음반이 단 한장도 없던 나로서는 주특기인 mp3 수집에 나섰고 곧 괜찮은 사이트를 하나 알게 되었으니... 그 도메인 주소가..
lacrimosa.pe.kr 이었다. 본인은 왠 헤비메탈 그룹 매니아 인가 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주인장은 음반이 꽤 많은듯 보였고 자신의 ftp 를 구축하여 서비스를 하였다. 작곡가, 연주자 등의 정보는 sql 데이터로 친절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성의까지..
내가 찾는 곡은 얼마 없었지만, 주인장의 글에서 꽤 인상깊었던 말이 있으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에서 모짜르트의 레퀴엠중 연속곡 여섯번째 곡 'Lacrimosa' 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래서 도메인 이름도 그렇게 지었습니다'. (기억에 의존해 기록)
당시에는 모짜르트의 레퀴엠이 뭐고, 또 연속곡은 뭐란 말이냐? 하던 때였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작품 하나에 붙는 숫자와 읽지 못하는 단어들때문에 그야말로 안개숲을 걷던 때이다)

그 안개숲을 헤매던 때 레어져포인터 광선과 같은 길잡이가 나타났으니... 그 귀인 덕분에 모짜르트의 레퀴엠이 포레의 레퀴엠과 더불어 깊은 감동을 주었다. 더불어 그 사이트 주인이 lacrimosa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는 말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순수한 목적인 감상용의 절대음악도 아니고 표제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니까 망자여 잘가시오~ 하는 음악이 왜 다른 순수 감상용 음악을 제치고 스피커를 독차지 할 수 있었는지는.. 나중에 기록하겠다)

그 뒤에 그 귀인께서 자신이 매우 좋아한다는 그 곡, Gustav mahler 의 교향곡 4악장을 친히 mp3로 추출하여 보내주었다. 추출하던중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지터가 약간 낀 그 곡을 이해하고자 수 차례 들었고 그 곡에 얽힌 이야기(구스타프 말러와 그의 부인 알마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그와 더불어 당시의 본인의 심정과 매우 깊은 동화가 이루어져(그 귀인이 속을 좀 많이 썩였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도 (작게 녹음된) 그 곡을 듣기위해 방문과 화장실문을 열어놓고는 한손엔 담배 한개비와 다른손엔 신문을 들고 느긋하게 감상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Gustav mahler 의 교향곡 전체 5악장 중 4악장
빠르기 지시어: adagietto(Sehr Langsam: 매우느리게)

물결이 흐르는 듯한 현악기의 활(눈으로 보니 그렇게 보이더라..)과 함께 미세히 떨리는 음과 불규칙한 강약이 누군가를 사랑하며 겪는 심리의 변화와 사랑하는 마음을 너무나도 멋지게 표현한 악장이다.
문학가는 글로, 화가는 그림으로, 작곡가는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했을때, 작곡가가 제일 불리하지 않을까 싶다.
기억으로 쉽게 존재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각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문학가나 화가보다, 그야말로 휘발성인 청각정보를 사용하는 작곡가는 앞의 두 부류보다 소주 두병 먼저 먹고 시작하는 술자리와 같은 약점을 가지고 있을텐데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는 작가의 멋진 글솜씨나 화가의 화려한 그림솜씨보다 더욱 훌륭하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내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에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중 4번째 악장 adagietto 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도메인 이름도 그렇게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