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die musik

Acoustic Cafe

adagietto 2007. 3. 11. 09:11

Waltz for Debby/For your Memories/Acoustic Cafe

예전에 모 여대 앞을 자주 지나다닌적이 있다. 그 여대 앞에는 오거리가 있는데 학교쪽으로 걸친 길 모퉁이에 음반가게가 하나 있다. 그당시 그 가게에는 Bose 201을 쇼윈도 바닥에 놓고 음악을 틀었는데 가격이 비싼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소매 음반가게들이 밖에 내어놓고 쓰기에는 거친 야외환경때문에 웬만한 용기가 아니고서야 그것을 길바닥에 내놓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것이다. 그것보다 가격도 싸고 튼튼한 야외용 스피커가 많음에도 그 스피커가 길바닥에 나앉은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1. 주인이 돈이 많다거나,
2. 스피커가 너무 많아 어느 하나가 희생한것이거나,
3. 그것도 아니면 주인이 음악듣는것을 너무 좋아해 길에 오가는 사람들에게 야외용 Pa 스피커의 떨어지는 음질을 들려줄 수 없다는 음반가게 주인의 '직업정신'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오가며 했었다.

어느날 Bose 201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그것보다 몸값이 서너배는 비싼 JBL 4312b 가 놓여져 있었다. 그것은 꽤 충격적이었던것이 그당시 내가 꽤 갖고 싶어했던 스피커이기도 했거니와, 금방 망가질것이 뻔한 실외에 내놓고 쓰기에는 금액적으로 상당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비오던 어느날 그곳을 지나칠 때 그 스피커를 보며 내가 주인도 아닌데 참 안타까웠다.

어느 일요일.오거리 한쪽에 몰려있는 분식집 한곳에 밥을 먹으러 가는데 평소에는 그 스피커가 평소에는 가게 쇼윈도앞에 놓여져 있던것이, 그날따라 학생들의 통행이 뜸한 휴일을 틈타 도로 중앙쪽으로 삐죽 나와 오거리를 향해 세워졌다. 아마도 중앙에 놓고 싶었지만, 길을 다니는 사람 생각에 미처 그렇게 하지는 못한, 정중앙이 아닌 가게앞에서 1/3 지점에 놓인 스피커에는 그날 따라 꽤 소리가 크게 났다. 분식집에서 밥을 먹는데 통행이 뜸한 일요일, 순간 순간 고요해지는 오거리, 그럴때마다 그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오거리 길을 휘감았다. 크기는 작은 스피커지만 그 넓은 공간을 꽉 채운 음악에 그냥 말 없이 밥을 먹었고 내 앞에 앉아서 밥을 먹던 그 사람도 내 기분을 배려해 말없이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사람이 좋아하던 빌 에반스. 제일 첫곡으로 내게 알려주었던 Waltz for debby. 어느날 그 음반점을 지나다 쇼윈도에 붙은 Acoustic Cafe의 음반포스터. 그리고 분명해진 음반가게 주인의 직업정신. 그래도 내 청춘에는 떠올릴만한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