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die musik
J.S Bach, Suite for solo cello in G Major, prelude
adagietto
2007. 3. 22. 08:23
Suite für solo Violincello Nr.1 in G-dur BWV.1007 Prelude
J.S Bach
Pierre Fournier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했던 학기에 '음악의 이해' 라는 교양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당시 - 라고 말하기엔 '현재' 라는 단어가 걸린다 - 머리가 돌처럼 굳어 2자리의 곱하기는 계산기를 쓰거나 종이에 써야 계산이 되던 돌머리를 가지고 수업을 들어가려니 모든 수업이 다 고역이었다. 기욤 뒤파이와 팔레스트리나의 '거시기'한 단계를 지나 드디어 음악같은 음악으로 처음 나온것이 바로크시대의 요한 제바스찬 바흐! 음악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걸리는것이 있었으니, 위에 플레이어 아래에 쓴 한줄의 문장을 해독할 줄 안다면 당신은 분명 교양인이다.
모든 수업에는 평가가 있는법. 평가 방법은 정말 단순했다. 그냥 곡을 듣고 그 곡의 제목을 쓰고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클래식엔 표제음악보다 절대음악이 훨씬 많다(제목이 없다). 따라서 저 위에 저 글자들을 그대로 종이에 써 넣어야 한다. 문제는 저 글자들을 외우기 쉽지 않다는데에 있다. 더욱이 저 글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불행중 다행인지, 당시에 만난 친구에게 수많은 도움을 받았다. 클래식 음반이 전혀 없는 나에게 클래식 음반을 시디로, 파일로 넉넉히 지원해준 덕택에 아마 그 클래스의 수강생들 중에서 아마 내가 제일 (소스)부자였을 것이다. 스토리지와 네트웍의 발달이 지금같지 않았던 당시에는 저 곡들을 파일로 구하기 쉽지 않았다. 덧붙이자면, 음악파일 구하기로는 누구못지 않은 소스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던 나도 두손을 들었다. 저 위의 한줄을 해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받아서 들어보면 이것이 수업때 들은 것이 맞는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한.. 그냥 헛품만 팔았지 소득은 없었다. 수강생이 다들 나와 같다고 생각하면 나한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던 셈이다.
Suite für solo Violincello Nr.1 in G-dur BWV.1007 Prelude
독주 첼로를 위한 모음곡 1번 G장조, 바흐 작품번호 1007번 중 프렐류드 - 이게 답이다. 이 답이 쉽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교양인이거나 아니면 돌머리는 아니라는 뜻이 되겠다. 결론부터 써 놓으니 쉽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이것은 당시 나에게 굉장한 어려움이었다. 서양 고전음악에 영어는 없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체코가 고전음악의 강국이다. 따라서 언어도 작곡가의 모국어를 따른다. 무슨 글자들에 그리 점이 많은지, 점이 두개인건 독일어인것은 알아도 발음이 안되고, 점도 종류가 여러가지 ` 도 있고 ´ 도 있는, 발음이 되야 뭘 외우지, 읽지 않고 쓰려니 그림그리기밖에 안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어려움은 '잦은 숫자의 등장' 이었다. 물론 저 숫자들 전체를 외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해를 해야 외우지 않고 쓸 수 있다. 바흐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작곡가들의 작품번호 표기법도 헷갈리고(RV, K, KV, Op, D, BWV 등등등) 그 이외에도 작품에 따라서 붙는 수많은 숫자들의 표기를 이해하는것이 너무도 어려웠다. 그 친구에게 메신저로 물어보고 전화로 물어보고 만나서 물어보고 하기를 수차례... 그러나 설명을 잘못 이해하거나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등,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한심해하는것이 분명한 신호가 수화기를 타고, 네트웍을 타고 온 이후로 몰라도 묻지 않았다.
모노폴리, 폴리포니, 심포니, 콘체르토, 콘체르토 그로소, 소나타, 소나타 폼, 대위법, 푸가, 솔로, 듀오, 트리오, 콰르텟, 퀸텟, sextet(발음이 영),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신고전주의, 현대음악, 오페라, 오페레타, 오라토리오, 칸타타, 수난곡 등등등 은 열심히 외웠다. 잘 외웠다. 그러나 숫자는 도저히 외워지지가 않았다. 별 수 없이 고전적 수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참 드러내기 부끄러운 방법인데, 1007번은 잠실에서 수원가는 좌석버스 번호요, 모짜르트 레퀴엠 K.626은 앞뒤로 6땡이고 합쳐서 4끗이요. 그 유명한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은 다시 4를 빼면 622번이요. 슈베르트의 유명한 피아노5중주 Die Forelle(아직도 송어인지 숭어인지 모른다)는 D.667 역시 6땡이었다. 이외에도 모든 숫자는 나름대로의 꼼수를 부려 외워서 시험볼때 잘 써먹었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험지라는 공식적(?)인 종이에 정석대로 표기하고 싶었다. 비록 temporary 지식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머리로 외웠다. 남들의 책상은 마이클 스코필드의 등짝만큼이나 복잡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에 대한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무반주 첼로 조곡이라는 일본식표기(개인적으로 얼토당토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로 유명한 이 곡을 독일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독주 첼로를 위한 모음'이 되는데 이것도 사실은 좀 어려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그런데 모두들 그냥 이렇게 표현한다). '위한' 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우리나라말로는 '~ 위해 작곡된' 이라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첼로 독주로 연주하는 곡 모음' 또는 '첼로의 독주를 위해 작곡된 곡 모음' 이라고 쓰면 의미전달이 훨씬 쉽지 않을까 한다. 이외에도 고전음악을 접하기에 수많은 난관들이 있다(심지어 음반 사는것도 어렵다). 클래식이 일부가 아닌, 약간의 감성과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능히 듣고 이해할만한 음악임에도 이런 자잘한 어려움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워 하는 사람이 많은것에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