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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adagietto 2013. 1. 25. 19:47

선수생활 은퇴로 인해 선수협회 회장직은 자동 만료되었다. 선수협회장 자리를 내놓는 조건으로 영입 의사를 밝힌 구단이 두군데 있었다는 말이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은퇴하면 어차피 선수협회장을 하지 못한다는걸 알면서도 선수 생활 연장이라는 개인적 욕망보다 선수들이 뽑아준 회장직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힌 그의 선택에 일평생 운동만 한 기계가 아닌 인간다움에 존경을 표한다. 서른개 남짓의 도루만 더하면 아무도 이루지 못한 300홈런 300도루라는 거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음에도 끝까지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은 야구팬 한사람으로 그의 결정이 안타깝고 아쉽다. 두 가지 옵션 중 무엇을 선택하든 선수협회장직을 내 놓아야 된다면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은퇴 시점에 그의 기량이 프로무대에서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이 아니기에 더욱 아쉽다. 

야구는 추억과 기록의 스포츠다. 하나의 전설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특히 박재홍의 기록에 근접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기록을 코앞에 두고 있는 선수를 성적이라는 지상 과제에 매몰되어 등 떠밀어 내치는 한 팀과, 선수협회장을 버리라는, 피고용인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두 팀의 행태는 선수협회가 생긴지 십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한 팀은 실리를 택했고 두 팀은 명분으로 포기를 선택했다. 그로 인해 기록은 멈추었고 한국 야구는 전설의 마지막장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였다.

데뷔때와 전성기 시절의 투지로 인해 곡해하고 비꼬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스포츠 '찌라시'들의 입방아와 2006년부터 늘어난 이른바 wbc때부터 "야구 좀 본다고 떠들어대는" 일부의 야구팬 -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덕택에 박재홍이란 선수의 본질은 알 수 없는 색으로 덧칠되어버렸다. 대단히 옳지 못한 이러한 평가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선수의 기록과 성적의 잣대만으로 평가하며 추억하는 일부의 야구계 인사들에게는 박재홍이라는 선수는 인정하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을지도 모른다.

비록 대기록의 마지막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내 기억속의 마지막은 대한민국 최초의 호타준족. 20-20 과 30-30. 그리고 부도덕과 알력의 선수협회를 수술해낸 선수협회장이며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의리를 지켜낸 선수로 기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