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ing Love
Magic Waltz
The Legend of 1900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몇년 전에 케이블 티비에서 본 영화. 케이블티비에서 보여주는 영화들 중에 시시껄렁한 것들이 많아 보는 나도 시시껄렁한 자세(?)로 별 기대 없이 보는 경우가 많다. 그날도 라면 한그릇 끓여 티비 앞에 앉아 보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중간부터 봐서 영화의 앞부분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꽤 재미 있었다.
영화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대서양을 항해하는 배가 배경이고, 배에서 태어나서 배에서만 살았고, 배와 같이 죽은 인물의 이야기이다. 배에서 버려져서 노역부의 손에 키워진 주인공은 신분 높은 승객을 위한 연회장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살았고 죽을때까지 배에서는 단 한발짝도 내려오지 않았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Various artist 와 쌍벽을 이루는 이 Unknown artist 는 배에서만 존재하는 무연고 무적迹인으로 살다 배와 운명을 같이 했다.
주인공의 직업이 피아니스트이기에 이 영화는 영화 음악을 빼놓고 볼 수 없는데 감독인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찰떡궁합인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았다. 이 음악은 이 영화의 메인 테마로 사용된 곡이다. 주인공의 피아노 실력이 자자하다는 평을 듣고 음반업자가 마스터를 뜨기 위해 피아노 연주를 부탁했을 때, 주인공의 눈에 들어온 한 여자 승객을 보고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는 장면에 나온다. 팀 로스Tim Roth 라는 배우가 주인공을 맡았는데 피아노 연주를 전혀 할줄 모르는 사람이 이 영화에 나오는 곡들을 순전히 손 모습을 연습해서 촬영했다고 한다. '호로비츠를 위하여' 에서 엄정화씨는 남이 연주한 모습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얼굴만 바꿔치기 했다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팀 로스는 엄청나게 고생한 셈이다.
이 영화 사운드트랙은 영화 특성상 29트랙이라는 많은 곡이 있다. 국내 라이센스반에는 누가 이런 멍청한 짓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트랙 수를 줄여서 발매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모리꼬네가 모든 곡을 다 만들거나 편곡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추측하건데 몇 몇 곡은 모리꼬네가 하청(?)을 준 것으로 의심되는데, "모리꼬네 씨, 이거 뭐 우리가 당신 음악 하루이틀 들어봤나". "이거 티 나잖아". 라고 말하고 싶은 트랙이 있다. 뭐 어쨌든 이런 시스템으로 루이스 바칼로프Luis Bacalov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었지만....
영화는 토르나토레 감독 특유의 영화 문법을 그대로 갖고 있고 영화속의 음악도 들을 만 하다. 라면을 다 먹고도 영화 끝날때 까지 그릇을 치우지 않고 본것을 보면....
중간 부터 봤기에 영화 앞부분도 언젠가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