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Quartet West

2009. 9. 7. 22:22 from An die musik

09년 9월 6 일

찰리 헤이든의 콘서트. 난 Quartet West 의 멤버들을 진짜로 데려올 줄은 몰랐다. 설마 설마 하다 무대에 앨런 브로드벤트, 어니 왓츠가 진짜로 나타나서야 실감했다. 드러머는 교체되어 잘 모르는 분인데 이유는 모르지만 재즈 그룹에선 드러머가 타 멤버에 비해 자주 바뀌는 것 같다. 음악계의 3D 업종인가. 어쨌든 세명의 오리지날 멤버들의 연주는 기대한 것 이상의 무대였다.

세명의 영감님들은 그 어떤 연주자들보다 자상하고 인자한 모습이다. 음악회장의 굳은 표정의 연주자들, 그룹의 무거운 분위기를 주로 경험한 것과 비교해 너무 많이 달랐다. 자기 파트를 연주 한 후 뒤돌아 앉아 웃어주는 앨런은 원두막에 막걸리 한잔 자시러 놀러온 동네 할아버지 인상. 찰리는 무대에서 중간에 자주 관객에게 이야기를 한다. 목소리는 참 좋았지만 일흔이 넘는 나이를 말해주는 영감님의 목소리. 자기 솔로 끝나고 멤버들에게 물 배달을 하는 어니.

무대 음향은 지난 봄의 브래드 멜다우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무대 뒤쪽으로 깊숙히 배치한게 훨씬 밸런스가 잘 맞는게 너무 좋았다. 그와 비교해 페스티벌의 운영자체는 불만이 좀 있다. 말해봤자 뭐하겠나, 그냥 초대 아티스트의 면면으로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음악과 경력에 존경을 다해 박수를 쳤다. 다른 관객도 그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가지 아쉬운건 관객의 박수가 좀 많았다. 진심으로 우러나서 박수를 친다는데 어쩔 수 없지만 솔로파트가 끝날때 마다 치는 박수는 그 곡을 좀 더 이해하고 쳤으면 좋았으련만 쿼텟 웨스트의 장기인 서정성과 인상주의적 표현, 그리고 느리고 무거운 부분에서조차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는 관객의 반응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나 해서 열몇장의 시디를 들고 갔다. 공연 시작할때 분명 찰리가 공연 끝나면 밖에서 시디를 팔 것이고 사인도 해주겠다고 해서 가져간 보람 생각에 좋아했는데 나가보니 낚였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꽤 많은 이들이 낚였다. 그 덕분에 시디는 순식간에 다 팔렸더라.. 종류별로 많이 갖고 왔던데 그냥 무더기로 랜덤하게 구입하고 있었다. 옆에서 보기에 훈수들고 싶었으나 참았다. 당일 공연과는 분위기가 다른 앨범들도 섞여 있고 다른 연주자와 함께한 찰리의 스타일이 덜 섞인 앨범들도 많았는데 음반을 듣고 난 관객들이 아쉬워하지 않길 바랄 뿐.

아.. 정말 녹음해오고 싶었는데 못했다. 다음엔 꼭 녹음장비 구해가야지.
아쉬운대로 콘서트의 앵콜곡 Here's looking at you
Posted by adagietto :